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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양장본 HardCover)

유홍준 지음창비

20,000원

책 소개
실크로드의 진수, 타클라마칸 오아시스 도시들
사라져버린 왕국 누란의 전설

신강위구르자치구는 광대한 타림분지를 중심으로 광활하고도 무시무시한 타클라마칸사막과 고비사막, 천산산맥ㆍ곤륜산맥ㆍ파미르고원 등 거대한 산맥, 끝없이 이어지는 대초원, 그리고 답사객을 반기는 오아시스 도시들로 이루어진 중국 최대의 성(省)이다. 이곳은 실크로드를 크게 세 구간으로 나눌 때 중부 구간에 해당하는데, 사실상 실크로드라는 개념을 낳은 거대한 장애물인 타클라마칸사막을 관통하는 구간이어서 좁은 의미로는 이 지역을 실크로드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또한 여기서 실크로드 북로(천산북로)와 중로(천산남로), 남로(서역남로)가 본격적으로 뻗어나가 동서문명이 만나는 땅의 길을 이룬다. 말하자면 바로 이곳이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실크로드 중에서도 진수인 것이다. ‘답사기’의 일정은 실크로드 중로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거쳐 타클라마칸사막을 종단한 뒤 남로를 달려 중로와 남로가 만나는 카슈가르에서 마치는데, 그전에 사라진 고대 오아시스 도시 ‘누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누란은 지금은 없는 지명으로, 한때 실크로드 남로 상에서 번성했던 유럽 계통 사람들의 고대 왕국이다. 20세기 제국주의 탐험가들이 ‘누란의 미녀’ 미라와 거주지 등을 발굴하면서 ‘방황하는 호수’로 알려진 로프노르 호수 인근에 실존했음이 밝혀졌다. ‘누란을 지배하는 자가 서역을 지배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중국와 흉노 등 강력한 세력 사이에서 시달리다 5세기 중국 북위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다른 오아시스 도시들이 강국들에 지배되어도 삶의 터전을 존속해온 것과 달리 누란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산 동시에 상상력을 자극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슬픈 사연이 답사객의 ‘로망’이라고 불릴 만하지만 군사지역으로 지정된 탓에 답사 일정에 포함되지 못했다.

고대 실크로드의 화려한 중심지 투르판
쿠차의 불교 유적과 쿠마라지바

신강 지역 실크로드 답사의 핵심은 뭐니 해도 투르판과 쿠차다. 투르판은 실크로드 북로와 중로가 갈라지는 길목에 위치해 고대로부터 실크로드의 대표적인 오아시스 도시로 꼽힌다. 이곳엔 대형 고대도시와 무덤, 길게 펼쳐진 포도밭과 인공수도 카레즈, 베제클리크석굴 등 불교유적과 이슬람 건축 유적 등이 남아 있어 답사객이 꼭 들러야 할 곳 천지다. 이번 실크로드편 답사 3분의 1이 투르판에 대한 이야기일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투르판 불교 유적을 대표하는 베제클리크석굴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을 배경 삼아 수려하게 펼쳐진 아름다운 석굴사원으로, 규모로 보면 신강 지역에서 키질석굴 다음으로 크지만 이 지역이 이슬람화하면서 더 이상 운영되지 않았고, 특히 주요 벽화와 불상들이 독일 제국주의 탐험가들에 의해 처참히 파괴되어 안타까움을 남긴다.
투르판은 오아시스 도시 중에서도 정치적으로 부침이 많은 곳이기도 했다. 그 역사를 잘 보여주는 곳이 교하고성과 고창고성이다. 이 두 고성은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옛 도시터로, 차사국, 고창국 등 투르판 지역에서 흥망한 서역 국가들의 역사를 몸소 증언한다. 다른 실크로드 유적과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빛나는 장대한 도시 유적지다. 교하고성은 강줄기가 교차하는 곳에 15만 평의 넓은 규모로 조성된 천연의 성채로, 실크로드 지역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고대부터 정착지가 되었고 서역 36국 중 하나인 차사국의 왕성이었다. 고창고성은 교하고성보다 훨씬 큰 규모의 도시로 9백 년간 여러 민족의 점령을 거쳤기에 다양한 문화의 흔적이 발굴되었다. 그 역사가 곧 신강 지역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어 “고대 신강성문화의 꽃”이라 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다. 두 고성 모두 인간의 삶과 역사의 체취가 깊게 스며든 곳이다.
투르판에서 천산남로를 따라 좀 더 들어가면 화려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고대 구자국의 도읍 쿠차가 나온다. 쿠차 답사의 핵심은 불교 유적지 탐방이다. 키질석굴, 쿰투라석굴, 수바시 사원터 등 신강 지역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들이 쿠차에 몰려 있다. 특히 키질석굴은 신강 최대 규모의 석굴로, 벽화를 비롯한 많은 유적이 파괴되었으나 여전히 화려한 불교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최초로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한 쿠마라지바와 조선족 화가 한락연의 이야기가 답사객을 매료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동아시아 불교가 성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쿠마라지바의 일생과 업적을 되짚은 답사기의 어조가 한층 고조된다. 키질석굴 앞에서 만난 쿠마라지바 동상의 거룩한 모습은 키질석굴과 쿠차의 역사적·인문적 이미지를 더없이 고양시키고 있다. 그밖에 도굴로 크게 훼손된 쿰투라석굴과 절터만 남아 있는 수바시사원 역시 고대 쿠차의 화려한 불교문화를 후세에 전하는 중요한 유적지다. 고구려 후예 고선지 장군이 당나라 안서도호부의 장수로 일한 곳도 바로 쿠차다.

‘죽음의 모래 바다’ 타클라마칸사막을 넘어 서역남로로
호탄과 카슈가르가 전하는 이국의 정취

‘황량한 사막 산’이라고도,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고도 해석되는 타클라마칸사막은 끝없는 모래언덕과 사나운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죽음의 땅이다.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 이곳을 지나간 순례자, 상인, 탐험가들은 모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지금은 ‘사막공로’ 두 군데가 개통되어 자동차로 관통할 수 있다. 쿠차에서 ‘신 사막공로’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한 답사 일행은 사막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그 옛날 이곳 사막을 오간 대표적인 대상(隊商) 집단은 소그드인이었다. 각종 상품과 식량을 낙타에 싣고 팔아 부와 영향력을 축적한 이들은 진정한 실크로드의 주역이었다. 소그드인들은 고대 한반도 나라들과도 교류했음을 여러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막의 또 다른 주역은 낙타다. 사막을 이동하기에 최적화된 습성을 가진 낙타 덕분에 실크로드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타클라마칸사막에는 야생 낙타들이 서식하며 낙타풀, 홍류, 호양나무 등과 함께 사막의 풍경을 이룬다.
사막을 건넌 답사 일행을 기다리는 것은 곤륜산맥을 뒤로한 옥과 불교의 도시 호탄이다. 호탄은 서역 불교가 성립한 곳으로 평가받고 지금도 여러 불교 유적지가 남아 있지만 실제로 찾아가볼 수 있는, 혹은 찾아가볼 만한 곳은 드물다. 역시나 이슬람의 박해와 제국주의자들의 약탈ㆍ파괴 때문이다. 제국주의자들이 경쟁적으로 유적을 찾아 나선 역사가 역설적으로 호탄의 가치를 전해준다. 호탄옥은 예로부터 중국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옥으로 평가받으며 이 지역의 이름을 높였다. 지금도 호탄강 지류에서는 옥을 찾는 ‘노옥’ 풍경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
답사 일행은 호탄에서 곤륜산맥을 왼쪽에 두고 서역남로를 따라 카슈가르로 이동한다. 카슈가르는 중국 실크로드의 서쪽 끝 국경 근처에 위치한 실크로드의 요충지이자, 이번 답사의 종착지다. 파미르고원을 앞에 두고 천산남로와 서역남로가 여기서 만나 이제 사막길이 아닌 험준한 산맥을 건널 채비를 한다. 카슈가르는 다른 실크로드 오아시스 도시에 비해서도 이슬람의 색채가 강해 이국적인 느낌을 받는다. 인근에서는 고대 야르칸드왕국의 전설과 위구르인들의 문화가 깃든 유적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시인이자 음악가이며 사상가로 위구르 민족의 춤과 음악을 체계 있게 정리한 아마니사한 왕비의 묘와 야르칸드한국의 멸망 이야기와 관련된 향비묘가 대표적이다.

사막과 오아시스, 미라와 석굴사원을 찾아가는 신비로운 순례길

실크로드 답사는 파미르고원의 신비로운 설산과 호수를 앞에 두고 대장정을 마쳤다. 도로와 이동수단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사막과 산맥을 넘나드는 여행은 결코 쉽지 않다. 이렇듯 누구도 쉽게 갈 수 없기에 더욱더 답사객의 로망이 되는 이곳 실크로드는 역사, 문화, 사람, 자연이 어우러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한다.
고대에 죽음의 땅 타클라마칸사막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돈과 신앙이었다. 물질적 삶과 정신적 삶에서 가장 갈급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고대인들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를 실크로드로 부르는 것은 문화와 역사,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고자 하는 위대한 탐험정신이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탐험가들은 그 정신을 약탈과 파괴로 소진해버렸을뿐더러 실크로드의 문화유산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데 써버렸지만, 이제 그 ‘야만의 시대’는 지나갔다. 새로운 문화를 만나 우리 문화를 더욱 아끼는 마음을 가다듬는 자세야말로 오늘날 사막마저 막지 못하는 ‘문화시민’의 위대한 열정일 것이다. 이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실크로드편을 통해 고대인의 여정 못지않은 위대한 순례길을 경험하길 권한다.
저자소개
유홍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 홍익대 미술사학과(석사),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협의회 공동대표와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를 개설하고, ‘한국문화유산답사회’를 이끌었다. 영남대 교수 및 박물관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다.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 있다.
저서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국내편 1~10, 일본편 1~4), 평론집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미술사 저술 『조선시대 화론 연구』 『화인열전』(1·2) 『완당평전』(1~3) 『국보순례』 『명작순례』 『안목』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1~3) 『추사 김정희』 등이 있다. 제18회 만해문학상(2003) 등을 수상했다.
목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책을 펴내며: 타클라마칸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순례

1장 누란
홀연히 사라져버린 오아시스 왕국의 이야기
누란의 역사 / 반초의 서역 경영 / ‘방황하는 호수’ 로프노르 / 잠삼의 「호가가」 / 스벤 헤딘과 오렐 스타인의 누란 발굴 / 누란의 미녀 미라 / 김춘수의 「서풍부」

2장 투르판 1
황혼의 교하고성에서 말에게 물을 먹였다네
실크로드의 요충지 투르판 / 하미시를 지나며 / 선선현의 유래 / 아름다운 쿰타크사막 / 교하고성, 혹은 폐허의 미학 / 성당시인 이기의 「고종군행」

3장 투르판 2
고창고성은 고대 신강성문화의 꽃이다
투르판의 포도밭 / 화염산을 지나며 / 고창고성 / 고창고성 대불사와 현장법사 / 독일의 중앙아시아 탐험대 / 아스타나 고분군 / 고구려의 후예 고요 장군 묘지

4장 투르판 3
천산위구르왕국의 영광과 상처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실 / 위구르의 역사 / 베제클리크석굴의 구조 / 베제클리크 벽화의 비극적 운명 / 잃어버린 위구르인의 자존심 / 토욕구 마자촌을 지나며 / 소공탑의 내력 / 인공수도 카레즈

5장 쿠차 1
푸른 하늘이 곧 천국이었단다
천산산맥을 넘으며 / 구자국의 내력과 역사 / 한나라 봉수대 / 키질가하의 전설 / 쿠마라지바의 일생 / 키질석굴 / 한락연 / 쿠차의 아단지모 / 천산신비대협곡 / ‘아예석굴’ 발견기

6장 쿠차 2
쿠차 강변 폐사지에 울리는 그의 노래
쿰투라석굴에서 / 수바시 불사유지 / 폐사지의 서정 / 수바시 출토 사리함 / 불교국가 시절 쿠차 / 고선지 장군 / 쿠차의 위구르화(化)와 쿠차대사 / 쿠차왕부와 오늘의 쿠차

7장 타클라마칸사막
죽음의 사막에 서려 있는 인간의 발자취
타클라마칸사막과 사막공로 / 타림강을 건너며 / 식피대 / 소그드인과 카라반 / 신라오기의 ‘속독’ / 호양나무 아래에서 / 오언 래티모어 / 사막의 배, 낙타

8장 호탄
전설이 미술을 만나 역사로 되살아난다
옥과 불교의 왕국, 호탄 / 이슬람의 호탄 파괴 / 호탄옥 / 복토해버린 요트칸 유적지 / 단단윌릭 발견 이야기 / 라와크 불교사원 유적지 / 비사문천 신화

9장 카슈가르
서역의 진주인가 위구르의 눈물인가
곤륜산 「요지연도」 / 예청에서 / 야르칸드의 아마니사한 왕비 / 카슈가르의 역사 / 향비묘 / 아이티가르 청진사 / 러시아 영사관과 영국 영사관 / 파미르고원의 검은 호수

부록
답사 일정표 / 주요 인명·지명 표기 일람 /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