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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금민 지음동아시아

16,000원

책 소개
기본소득, 포퓰리즘이나 사회주의적 발상에 불과할까?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한다.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발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꺼내들었을 때, 가장 흔히 터져 나오는 반론이 “끔찍한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맹비난이다. 우리는 이제껏 그렇게 배워왔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한 마리의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먹고산다고 말이다. 흥미롭게도 현재 자본주의와 노동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쓰이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말은 과거에 마르크스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진영의 구호이기도 했다. 모든 이윤의 원천은 노동이라고 본 마르크스다운 표어다. 하지만 이제 이 오랜 금언(金言)은 금언(禁言)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불과 수백 년 동안 만들어진 노동에 대한 허황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다.
공산주의자들이 주장하던 노동의 신성성은 그 후 자본가들에 의해 선택적으로 활용되었다. 그들이 보기에 기본소득은 복지 포퓰리즘이며, 일하는 이와 일하지 않는 이를 역차별하는 악독한 발상이다. 그런데 그들은 “동일노동 동일대가”라는 당위적인 명제 뒤에 숨어, 우리가 “동일한 소유”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는 현실을 외면한다. “각자에게 각자가 기여한 만큼의 몫이 돌아가야 한다”라는 말은 분배 정의 차원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이들의 논리에는, 결여된 고리가 있다. 허버트 사이먼이 말한 것처럼, 현세대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가 축적한 지식을 활용한 결과다. 이를 현세대 개개인의 기여가 아닌, 지금껏 인류가 축적해온 공여의 몫이라고 한다면 그 몫은 마땅히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져야 한다.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나누어주고 나서야, 각자의 몫을 올바르게 분배할 수 있다. 건전한 분배는 사회의 성장 동력을 만들고, 다시 한 번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좌우를 막론하고 지금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경제 위기와 불평등, 불공정한 분배가 심화되는 이때, 우리에게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좌우를 넘어선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대안

하버드대학의 경제학과 교수 그레고리 맨큐,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창립자이자 천재 경영인인 일론 머스크, 세계경제포럼(WEF)의 창설자 클라우스 슈바프, 전 세계 굴지의 테크(Tech) 기업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 이들이 현대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선 대표적인 면면들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외에 이들이 가진 또 다른 공통점은? 어떤 식으로든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찬성 혹은 지지를 표방했다는 점이다. 그 밖에도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정재계의 인사는 좌우를 막론하고 넘치도록 포진해 있다. 물론 이들이 지향하는 기본소득의 형태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의 지급범위, 지급수준, 지급방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가능성이 병존하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연구와 정책적 실험을 하고 있는 단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인류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공통적인 인식이다.

기본소득을 찾아 떠나는 흥미로운 시간여행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느끼는 사람들의 거부감은 대개 ‘소유권’ 개념에서 비롯된다. 엄연히 누군가의 사유재산에서 저마다 이윤을 창출하는데, 그것을 나누자고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발상이 아닐까? 현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우려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고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를 고대 로마로 안내한다. 저자의 안내를 통해 우리는, 무려 2천년도 전에 ‘선점’과 ‘원천적 공유권’에 대해 고찰했던 혁명적인 사상가 키케로를 만나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겨우 수백 년 늦게 태어난 것뿐인데, 왜 지구상의 모든 자원은 저마다 주인이 있고 내가 가질 수 있는 건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걸까? 흔히들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하지만,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있다. 본질적 차원에서의 ‘사다리 걷어차기’다. 이런 고민을 처음 시작한 게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문자로 남긴 것은 키케로다. 키케로를 모든 자연물은 개개인의 사적 소유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공유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사적으로 ‘선점’한 사람은, 거기에서 수익을 얻는 만큼, ‘소유하지 못한 사람’을 경제적으로 도울 의무를 갖는다.
이런 논의는 시대를 이어가며 점점 첨예해진다. 로크에서 토머스 페인을 거쳐 현대의 기본소득 연구자인 판 파레이스, 가이 스탠딩에 이르기까지,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구상이 점차 형태를 갖춰간다. 특히 핵심이 되는 것은 토머스 페인의 이중적 소유권 이론이다. 사적 소유가 성립된 사회에서도, 소유물에 ‘자연적 소유’라는 형태로, 공동소유권이 잔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것이 바로 ‘공통부(Common Wealth)’의 개념이다. 지구의 모든 소유물에 일정 부분 ‘전 인류의 몫’이 있고, 그에 해당하는 사용가치 또한 배분되어야 한다는 발상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모두는 지금 누군가가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재산에 대해 일정 부분 권리를 가지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우리가 같은 지구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저자의 안내를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는 격렬하고 복잡한 논의에 휘말리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끈질기고 치열한 논의는 우리를 새로운 발상으로 이끈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류가 공고한 사적소유권을 인정하게 된 것은 그리 역사가 오랜 일은 아니다. 불과 수백 년 전만 해도 모든 토지는 왕이나 황제를 비롯한 지배자의 것이었고, 나머지는 그저 그것을 잠시 빌려 쓰는 것에 지나지 않았느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재의 경제 체계와 소유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것이 우리가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본 후에, 저자가 시선을 돌리는 곳은 미래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쳐오고, 어째서 그 미래에 기본소득이 필요해질까? 기본소득은 우리의 앞날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가 생각하기에 기본소득은 단순한 복지 제도의 일환이 아니다. 물론 일시적인 포퓰리즘 정책은 더더욱 아니다. 기본소득은 복지와 경제를 바라보는 아예 새로운 관점이다. 소유와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21세기의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시대는 변화하고, 우리는 시대의 흐름과 그 요구에 따라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어야 한다. 우리를 경제 위기로부터 구해줄 계약을 말이다. 이 책은 그 목표를 위하여, 현존하는 사회 체제를 향해 던지는 돌덩이다. 작은 파문이 겹쳐져 번져나가듯, 한 데 모인 목소리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내뱉는 아우성이다.

‘정당한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

2007년에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처음 본격적으로 들여온 선구자답게, 저자는 이 책에서 그 간의 선행연구의 궤적을 쫓으며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아이디어를 정당화하는 데 힘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이러한 논의가 그저 사막 위의 신기루 같은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가 주력하는 것은 이러한 정당성 논의를 어떻게 현실 정책으로 끌어들일지의 문제다. 기본소득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형태인가, 아니면 역사 속으로 스러져간 사회주의의 부활인가. 이 예민한 질문을 시작으로, 기존 복지 제도와의 공존 문제, 일자리 보장론과의 비교, 젠더 불평등과 기본소득의 관계, 소비를 촉진하는 기본소득 제도가 생태주의와 결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모순 등 현실적인 논점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저자는 법학과 정치철학을 전공한 연구자인 동시에, 독일과 한국에서 현실 정치와 사회 운동에 뛰어들었던 리얼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러한 경험이 이 책에서 현실적·현재적 논의를 가능하게 만드는 원천이 되었다.
저자가 바라보는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단순히 ‘가난한 자를 구휼하는 복지정책’이 결코 아니다. 기본소득은 복합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젠더의 문제이다. 부양자와 양육자 모델은 근현대를 거치면서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시장노동과 가사노동이라고 하는 이중의 부담이 주어지고 있다. 분배 정의의 악화로, 생계유지를 위해서, 개개인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저 생존을 위해서 ‘나쁜 일자리’를 두고 다툴 수밖에 없다. 그것 이외의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모든 이가 무위도식할 수 있게 무제한적으로 지원해주자는 발상이 아니다. 기본소득이 선사하는 것은 여유이며, 자신의 시간을 사용할 결정권이다. 좀 더 보람찬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양육 부담을 나눠질 수 있는 그런 자유다. 기본소득은 그렇게 여성의 부담을 해소하고, 젠더 불평등과 갈등을 해소할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이상은 현실과 만난다.
저자소개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소장이다. 고려대학교와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정치철학을 연구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한국에 선구적으로 들여왔다. 2009년에 공동으로 기본소득한국네크워크(BIKN)를 창립하였으며, 현재 이사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 『사회적 공화주의』, 『진짜 민주주의』 등이 있다.
최근에는 특히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그에 따른 자본주의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자동화로 인하여 경제적 재난이 일상이 될 근미래에, 기본소득은 더 이상 후순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런 최근의 관심사를 포함해 기본소득의 이론적·실천적 쟁점에 관한 그간의 연구를 한데 묶어낸 것이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이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1부_ 기본소득이 우리의 정당한 권리인 이유

1장. 모두의 것과 각자의 것
1. 소유권과 부조의무, 배당받을 권리 / 2. 로크의 소유론, 정의와 자애의 이중구조 / 3. 페인의 이중적 소유권 이론

2장. 모두의 것에서 나오는 모두의 몫
1.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 2. 공유지를 사용할 권리 / 3. 공유, 배당, 아가소토피아 / 4. 공공소유와 기본소득 / 5. 공산주의 유토피아의 긴 역사

3장. 플랫폼 자본주의와 빼앗긴 빅데이터
1. 플랫폼 자본주의 혹은 빅데이터 자본주의 / 2.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사회의 변화 / 3.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 4. 플랫폼 기업의 수익, 누구의 몫인가

4장. 기본소득, 민주주의의 경제적 기초
1. 기본소득과 정치적 시민권 / 2. 기본소득과 시민됨의 전통 / 3. 선거와 배당, 떨어질 수 없는 권리 / 4. 보통선거권의 역사적 궤적 / 5. 새로운 방식의 거시경제 조정

2부_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기본소득

5장. 기본소득, 기존 복지와 어떻게 다를까
1. 조건 없는 선분배 소득 / 2. 소득의 두 가지 원천 / 3. 기본소득과 생산주의 복지국가

6장. 일자리 보장이 가난을 해결해줄까
1. 정부가 보장하는 완전고용 / 2. 기본소득의 관점에서 본 일자리 보장의 문제점 / 3. 일자리 보장은 경제를 안정시키는가 / 4. 기본소득, 경제에 대한 사전적 조정 / 5. 한국의 직접 일자리 창출 정책

7장. 시간은 어떻게 여성을 억압하는가
1. 시간 분배와 시간 레짐 / 2, 성별분업의 역사적 전개 / 3. 사회 서비스의 상품화와 사회재생산 위기 / 4. 여가시간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대안적 모델 / 5. 사회 서비스 공공화의 효과 / 6. 무조건적 소득, 무조건적 시간배당

8장. 녹색 기본소득은 가능한가
1. 생태주의와 기본소득의 만남 / 2. 여전히 유효한 관점 / 3. 평등의 생태적 가치 / 4. ‘정의로운 전환’의 조건

마치며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