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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놀 수 없는 동물의 고통…그들에게 행복권을 허하라
동물 기계 / 루스 해리슨 지음 / 강정미 옮김 / 에이도스 펴냄 / 2만원
기사입력 2020.07.24 16: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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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가상현실(VR) 기기로 푸른 초원을 보는 젖소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러시아 농식품부가 젖소들의 스트레스를 줄여 우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진행한 실험이다. 현지 농부들은 소가 VR 기기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 긴장을 덜 느끼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먹거리를 더 낫게 한다는 인간 중심적 사고로 이뤄진 실험이긴 하지만, 적어도 동물 행복에 관한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보여줬다. VR로나마 탁 트인 풀밭을 보지 않으면 소는 즐겁게 살 수 없는 것이다.

뛰놀 수 없는 동물들의 고통을 50여 년 전 폭로하며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동물 기계`가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영국 동물복지 활동가인 루스 해리슨(1920~2000)이 1964년 쓴 이 책은 동물권(동물의 권리)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당시 책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영국 정부는 곧바로 농장 동물 복지를 조사하고, 1965년 `동물의 5대 자유` 개념 토대를 놓은 `프람벨 리포트`를 냈다. 공장식으로 길러지는 동물의 불행한 삶을 그린 생생한 문장은 2020년을 사는 독자들까지 잠시 책장을 덮고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먼저 육계를 키우는 양계장을 찾는다. 양계장은 역사적으로 병아리의 일조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좁은 곳에 모여 사는 병아리들이 싸우기 시작하자 서로를 볼 수 없게 하도록 창문을 제거한 것이다. 송아지가 사는 우리도 이와 큰 차이가 없다. 그들은 짚으로 내부를 꽉 채운 작은 우리 안에 갇혀 산다. "송아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더 커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송아지는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지 못한다. 식사 시간에 우유 대용품을 듬뿍 빨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동물들에겐 안락한 죽음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닭은 컨베이어벨트에 줄줄이 거꾸로 매달려 자신의 목이 베어질 순간을 기다린다. 옆에 있는 닭이 공포에 내지르는 울음 소리를 들어야 한다. 닭은 다른 닭이 죽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의견에 저자는 가금 사육사 머리 헤일을 인용해 반박한다. "위험을 자각하는 것은 야생에서 생물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아무리 길들인다 해도 이런 본능을 제거할 수는 없다."

공장식으로 길러지는 동물들의 처연한 얼굴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178페이지부터는 가슴이 적잖이 답답해져 온다. 그러나 이 책은 육식을 뿌리 뽑자는 내용은 아니다. 동물이 숨이 붙어 있는 순간만큼이라도 최소한의 권리만큼은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본디 자신보다 약한 존재의 권리도 소중히 여겨주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닌가.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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