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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다이어리

케빈 브룩스 지음오숙은 옮김열린책들

368p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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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독하고 위험한 소설 - 텔레그래프
기념비적이다 - 더 타임스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케빈 브룩스의 [벙커 다이어리]가 오숙은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케빈 브룩스는 데뷔 이후 꾸준히 획기적인 작품을 발표하며 브랜포드 보스상, 노스이스트 북 어워드를 수상하고 가디언 문학상 후보작에 오르는 등 수준을 인정받으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작가다. 2013년 출간된 [벙커 다이어리]는 그가 발표한 열세 번째 소설로, 납치되어 벙커에 갇힌 소년이 두 달에 걸쳐 쓴 일기를 담고 있다. 납치, 폭력, 마약, 고문, 강간, 살인 등 충격적인 요소가 가득하나, 자극적인 소재로 흥미를 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존재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는다. 특유의 파격적인 소재와 거침없는 서술은 통념을 깨뜨린다. 출간 당시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영국 최고의 화제작으로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 카네기 메달을 거머쥐었다. 영국에서 3만 5천 부, 독일에서 2만 부 이상 팔렸으며 미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리투아니아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출간 또는 출간을 앞두고 있을 만큼 크게 주목받았다.
[브루클린], [프랑켄슈타인] 등을 번역한 바 있는 오숙은 역자는 10대 청소년 화자의 순수하고도 투쟁적인 자의식이 느껴지는 케빈 브룩스의 문체를 한국어로 치밀하게 옮겼다.

이 침묵, 이 정적, 이 감정의 부재 - 이것이 네가 가고 있는 곳이다

[벙커 다이어리]는 밀실에 갇힌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할리우드의 사이코 스릴러 영화들 - 1999년 작 ‘큐브’, 2004년 작 ‘쏘우’등 - 을 연상시킨다. 영화 못지않은 긴박감을 선사하며 이야기에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벙커 다이어리]는 주인공인 열여섯 살 소년 라이너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년이 처한 끔찍한 상황은 성인의 경우보다 훨씬 부당하고 처참하게 느껴진다.
데뷔작 [마틴 피그](2002)를 비롯하여 케빈 브룩스가 쓴 다수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특이점은, 종종 그가 그려 내는 어른은 신뢰하거나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무관심이나 이기심, 학대는 어린 주인공을 사회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벙커 다이어리]에서 라이너스의 아버지는 유명인인 데다가 부자이지만 자신의 인생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으며 이기적이다. 따돌림당하던 기숙 학교를 뛰쳐나온 라이너스는 자발적으로 노숙자가 된다. 보호받지 못하는 가정에서 이탈해 거리를 떠돌다 범죄에 노출되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아이들의 처지는 주변에서 실제 접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 가슴을 아프게 파고든다. 한편, 벙커에서 라이너스의 정신적 지주가 된 자연 철학자 러셀 랜싱조차 병마에 시달리는 약하디약한 노인일 뿐이다. 라이너스가 기대려는 순간, 단정한 러셀의 정신은 병든 육체에게 자리를 내주고 만다. 케빈 브룩스는 문제적인 어른의 모습을 매우 간략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묘사한다. 독자는 역할을 외면한 성인에게서 불쾌감과 혐오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연스레 경각심을 갖게 된다.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암담한 상황 앞에서 가장 먼저 탈출구를 모색하고 연대하는 것은 주인공 라이너스와 어린 제니이다. 라이너스는 제니를 친동생처럼 아끼며 보살핀다. 성숙한 마음씨를 지닌 제니도 라이너스의 조력자가 되어 우애를 나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집과 위선, 질투와 허영에 찌들어 남에게 귀 기울이지 않고 제 욕망만 채우려는 버드와 아냐 등 어른들의 모습은 많은 것을 말해 준다. [벙커 다이어리]의 성인 등장인물들은 범죄의 피해자면서 2차 가해자이기도 하다. 때로 그들은 일그러진 정신과 욕망으로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신원 미상의 납치범과 겹쳐 보이기까지 한다.

두려움은 도움이 된다
그것은 우리를 살아 있게 한다
청소년 소설에 주력해 온 케빈 브룩스의 작품에 이토록 어둡고 불행한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2014년 11월 라트로브 대학교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인생에서 늘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기에 아웃사이더인 인물의 관점을 빌리는 것이 편하다. (……) 매일 받아 보는 신문 어디에서건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을 것을 우려해 성인용 콘텐츠라고 표시하거나 따로 연령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신문을 펼쳐 읽는 것을 흐뭇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실제 폭력과 광증, 구역질 나고 충격적인 각종 사건으로 칠갑된 끔찍한 곳이다. 내 생각에 아이들이 그런 ‘어려운’ 주제로 꽉 찬 신문을 읽는 것이 괜찮다면, 작가도 아이들이 읽는 책을 집필할 때 통찰력을 지니고 동일한 주제를 다뤄도 된다고 본다.”

[벙커 다이어리]의 납치범은 사람들을 벙커에 가두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음식 공급을 중단하거나 약을 먹이고, 가스를 살포하고 끔찍한 소음을 틀어 고문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아무도 범인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다. 각자의 기억을 조합한 결과, 범인의 인상착의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 외양적으로 그는 너무도 평범해서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는 남자였다. 남자의 얼굴을 안들 탈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느 날처럼 너무도 평범한 날에 당한 습격의 충격으로 사람들은 서서히 무력해진다. 본모습을 잃고 짐승처럼 본능에만 충실하며 수동적인 일상을 이어 나간다. 결국 납치범의 목적은 돈도 무엇도 아닌 그만의 단순한 쾌락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면서.

열여섯 살 라이너스의 일기장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독자들은 어느새 이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에 자신을 투영해 보면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 옮긴이의 말

극한의 상황에서 발가벗겨진 인간의 동물적인 욕망, 평범한 사람들을 낚아 생과 사를 간단히 결정지어 버리는 존재의 무게감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케빈 브룩스는 지독한 현실의 일면을 독자의 코앞에 들이민다. [벙커 다이어리]에서 보듯 불행은 불시에 찾아오고 벗어나려 할수록 더 깊은 구덩이로 우리의 발목을 잡아 내린다. 삶은 그리 친절하지도 상냥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그는 덤덤하게 이야기로 풀어낸다. 알 수 없는 존재의 무자비한 장난으로 인간의 오만과 허영이 순식간에 난도질당한다. 그러나 [벙커 다이어리]는 허무를 상징하는 소설이 아니다. 모두가 희망을 놓은 순간에도 주인공 라이너스는 집요하게 탈출을 시도한다. 힘이 닿는 한, 펜을 쥐고 현장을 기록하고 생각을 쓴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게 절박할 수밖에 없는 삶 그 자체로서 우리가 살아 있는 이 순간,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소개
케빈 브룩스(Kevin Brooks)
획기적인 작품들로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비평가들의 찬사를 얻은 작가이다. ‘브랜포드 보스 어워드’와 ‘노스이스트 북 어워드’를 수상했고, ‘카네기 메달’과 ‘가디언 어린이 소설상’을 비롯해 다른 많은 상의 최종후보에 올랐다. 영국 데번 주의 엑세터에서 태어나 버밍엄과 런던에서 공부했고, 주유소의 주유원, 화장터의 잡역부, 공무원, 런던 동물원의 노점상, 우체국 계산원, 기차표 매표소의 판매원 같은 다양한 직업을 거친 끝에 소설 쓰기에 열 중하게 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키싱 더 레인][캔디][죽음의 길]등이 있다.
목차
벙커 다이어리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