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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김경후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124p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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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김경후의 시는 아프고 쓸쓸하다. 부재와 소멸과 상실로 삶이 ‘절벽’이 되어버린 세계에서“침묵에 들러붙어”[박쥐난이 있는 방] 살아가는 존재들의 비탄에 잠긴 목소리가 가슴에 사무친다. “세상 모든 정오들로 만든 암캐”의 처절한 죽음을 목격한 이후 “마음에 없는 말과, 말 없는 마음”을 갖게 된 시인은 “뱃가죽이 찢어지는 소리로 울 수 있었다”[해바라기]고 말한다. “무너진 뼈, 찢겨나간 꿈들”이 쌓인 “폐허 속”[폼페이 벌레] 침묵의 세계, “뭘 써도/아무것도 쓰지 않은/텅 빈 밤”[아귀]이 되는 세계에서 시인은 “바벨탑보다 높은 내/안의 외벽”과 “내벽”을 돌며 “텅 빈 입으로 적막을/물고”[절벽아파트]서, “아직 한 음도 낸 적 없는” 심해어와 “이미 잃어버린 말”을 “상상”[심해어]하며 실존의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삶의 고통을 견디는 침묵만 있을 뿐, “허공조차 없는”[해바라기 소리] 텅 빈 세계에서 시인은 “좀 많이 죽은 채/너무 홀로 어둠속에 있”[깃털 베개의 말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노래가 사라”[오르간파이프선인장]져버린 그 세계에도 “침묵에/물 줄 시간”이 존재하며, “침묵과 죽음 사이”에서도 “까맣게 시든 채 돋아나는 이파리”가 있다. 시인에게 침묵은 “이것만이 생존법”[박쥐난이 있는 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침묵은 그동안 망각되어 있던 부재와 상실의 시간을 고요히 응시하게 함으로써 “서걱거리는 어둠만 있”을 뿐인 “개미지옥 같은 방”[개미지옥], “아무도/나조차 없는 암흑 속”[절벽아파트―주소]의 세계에 출구를 만들고, 우리는 시인의 깊은 침묵 속에서 희미하지만 절실한 삶의 숨소리를 듣는다.

상실의 아픔을 홀로 견디는 자에게 가장 아득한 존재는 ‘너’일 것이다. 그러나 김경후의 시에서 ‘너’는 ‘나’에게 상실이자 미지이며,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너와 나 사이”에는 “건너가도 건넌 건 아무것도 없”고, “무너질 때까지 서 있어도 너도 나도 없는/다리”[오늘도 기다리다]만이 놓여 있을 뿐이다. 혹시라도 ‘너’와의 사랑이 가능하다면, 곧 “갯벌지렁이 같은 너를/개흙 같은 내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먹는 일”이거나 “너를 씹고 너와 뒤섞이며/개흙 속에 썩고 녹아버리는 일”[카니발식 사랑]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나는 너의 등이 되”고 “등뼈가 되”[등이 되는 밤]는 밤이 있다. ‘나’와 ‘너’는 영원히 포개어질 수 없으나, ‘너’를 갈망하는 애절한 마음을 시인은 이렇게 고백한다.

시인은 “나는 많이 죽고 싶다”[불새처럼]고 거듭 외친다. 그러나 그 말에 깃든 뜻은 삶의 체념이나 포기가 아니라 ‘없음’으로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열망이다. 그것은 곧 삶에 대한 의지이자 자유에 대한 꿈이다. 어디에도 닿을 수 있는 무한한 자유인 곳, 시인은 이제 “죽은 것을 잃지 않”고 “잃은 것을 잊지 않기”[침대]로 다짐하며, “오랫동안 짓밟힐 글자들”[야간 도로 공사]과 “잡고 싶을수록 허옇게 부서져버리는 말들”[수렵시대]을 가다듬어 ‘텅 빈 적막’ 속에서 ‘텅 빈 마음’으로 ‘텅 빈 백지’인 ‘시’를 꿈꾼다. 시인이 삶의 고통과 슬픔, “불가능한 사랑만 가능한”[절벽아파트―지금] 절망 속에서도 오롯이 꿈꾸는 것은 “담뱃불이 백지에 옮겨붙”듯 “랭보보다 빠르고 뜨겁게 써내려가는/한편의 시”[흔적기관]이다.
저자소개
김경후
1971년에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했으며 시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열두 겹의 자정],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두 권의 시집을 냈으며, 쓴 책으로는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슬픔], [간디 자서전], [펭권은 왜 바다로 갔을까?] (공저) 들이 있습니다.
목차
제1부
입술
절벽아파트
박쥐난이 있는 방
반딧불이
해바라기
불새처럼
룹알할리 사막지렁이의 질주
야간 도로 공사
잉어가죽 구두
심해어
깃털 베개의 말씀
먹감나무 옷장

제2부
폼페이벌레
수렵시대
오르간파이프선인장
카니발식 사랑
오늘도 기다리다
침대

개미지옥
아귀
해바라기 소리
뱀의 허물로 만든 달
속수무책
빈 병 저글러
절벽아파트―주소

제3부
절벽아파트―지금
새장 속의 검독수리
낙타가죽 슬리퍼
요하네스버그
등이 되는 밤
빙하를 달리는 여자
꼬리뼈
백야
번데기 통조림
탯줄을 태우며
검은바람까마귀
흰뱀 풍경
달의 유적지
잠과 알
야광별
부서지는 난간 위에서
이름자루

제4부
차마고도
반송우편함
생일
외벽방
절벽아파트―입구
흔적기관
반쪼가리 시
울금
자작
박물관에게 듣다
겨울 노을
흔적

해설|이재원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