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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

르 클레지오 지음정희경 옮김문학동네

1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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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어리석고 잔인한 세상 속으로 내던져진 보통의 여성들
가장 낮은 곳에서 고요하게 울리는 생을 향한 강렬한 목소리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그의 소명 의식에 기인하듯, [황금 물고기]의 라일라, [사막]의 랄라, [허기의 간주곡]의 에텔 등 르 클레지오의 작품 속에는 그동안 여성 화자들이 자주 등장했다.

지금까지 권력이 남성의 것이었으며 그 권력이 여성의 삶을 위협해왔음을 인지하고,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왔다. 작가는 신작 소설집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의 많은 수록작을 통해서도 약자의 목소리를, 주로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의 소설 속 여성들은 어리석고 잔인한 세상 속으로 내던져지고, 가난 혹은 결핍 속에서 태어나 불행과 추방의 드라마를 겪는 등 불안하고 비극적인 환경에 놓이지만, 닥쳐온 역경에 불굴의 의지로 의연히 맞서나간다.

르 클레지오는 2011년 “르 푸앵”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인물들을 작품의 중심에 설정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자신의 문학 인생은 할머니에게 많은 것을 빚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동부의 부유한 가문 출신인 그의 할머니는 사업에 재주가 없었던 모리셔스 출신 할아버지를 만나고, 여성은 재산권을 가질 수 없는 시절, 전쟁중 재산을 모두 잃는다. 하지만 르 클레지오 가족이 프랑스 남부에서 전쟁을 견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또한 할머니의 기지 덕이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어려운 시기를 평온하고 침착하게 견디는 도구가 되었으며, 장차 그에게는 문학의 모태가 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 여성 영웅주의와 여성에 대한 찬미를 자주 엿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글쓰기는 존재의 이중성을 인정하고 나 자신에게서 불완전한 여성성이 남겨놓은 흔적들을 찾아보려는 경향이 있다.”
- 저자 르 클레지오

특히 르 클레지오는 [발 이야기 그리고 또다른 상상] 출간 후 인터뷰에서 “저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쓰고자 했다”고 밝혔다(“르 누벨 옵세르바퇴르”, 2011년 11월 2일).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등장시켜온 그간의 작품들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세상을 갓 마주하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기울였다.

남성들의 야망, 노예화, 교만이 세를 떨치는 세상을 마주하고 폭력에 희생당하지만,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위태로운 모험을 완수하는, 연약함과 결함을 간직한 보통의 여성들의 강인한 힘과 의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국가나 민족의 한계를 넘어서는 여성들의 섬세한 우정과 능동적 연대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작품은 여성들의 사회적, 역사적 위상을 증언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여성의 내밀한 감각과 정서까지 파고들고, 자연과 인간, 특히 자연과 여성의 관계를 신성시하는 아프리카의 전통적 시각을 보여준다.

발과 함께 변모해가는 여성의 삶부터 땅속 거미, 뱃속 태아의 목소리까지
현실 위에 단단히 발 디딘 상상과 환상의 열 개의 단편

이 단편집을 통해 르 클레지오는 ‘저항’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표제작 [발 이야기]에서 주인공 유진의 발은 단순히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실을 딛는 인생의 거죽이자, “실존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려 있”는 의인화된 그녀 자신이다. 때로는 중력을 거슬러 바닥을 차고 뛰어오르고 춤추고 날아오른다. 삶에 모욕당하고 사랑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그래서 유진의 몸이 벼랑 끝에 선 순간에도 발은 허공으로 떨어지기를 거부하고 바닥에 단단히 붙어 있다. 그리고 몸 한가운데까지 전율을 퍼뜨리고 두 다리를 쇠기둥처럼 단단히 지탱시키며 냉혹한 삶에 저항한다.

르 클레지오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기울이고, 그곳에 뿌리를 두고 상상의 나무를 피워올린다. [바르사, 아니면 죽음을]의 배경 고레 섬은 과거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가 현재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다. 이곳에서 가이드로 일하다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유럽 대륙으로 밀항을 결심하고 찬란한 여정을 완성한 왓슨과 파투가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사진 속 아프리카 난민들 가운데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0년에는 유명 모델 나오미 캠벨이 라이베리아 대통령 찰스 테일러로부터 다이아몬드 원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세상이 떠들썩했는데, 바로 그 피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벌어진 내전의 폭력과 참화를 피해 [야마 나무]의 마리와 에스메는 신비한 힘을 지닌 나무 속에 몸을 숨기고 야생의 동물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남는다.

또한 [아무도 아닌]에서 르 클레지오는 이제 전 세계 어디선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테러를 배경으로, 그 테러에 희생된 여인의 뱃속 태아의 눈으로 황막한 사막 도시들을 묘사하고, 존재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거미들의 삶]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거미가 그물을 치듯 온 세상에 상상의 거미줄을 치고 거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연약하고 소외된 이들의 다층적 삶을 섬세하게 그려 보여준다. 서울의 지하철 2호선을 떠올리게도 하는 [행복] [조금은 교훈적인 이야기] 속 지하철 순환선 안에서 르 클레지오는 행복의 존재를 믿는 비람이라는 소년을 찾는 모험을 상상해내거나, 전동차에 앉은 승객들 외피 속에 숨겨진 기억을 헤아리며 인간의 복잡한 본질에 대해 성찰하기도 한다.
저자소개
르 클레지오(Jean-Marie-Gustave Le Clezio)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현대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194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모리셔스 태생의 부모와 함께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항구도시 니스와 나이지리아 등에서 유년기를 보낸 경험은 그의 삶과 글쓰기에 깊은 흔적을 남겨놓았다. 이후 니스, 엑상프로방스, 런던, 브리스톨 대학에서 수학했다. 1963년 스물셋의 나이에 첫 작품 [조서]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열병] [홍수] 등의 작품을 통해 대도시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감과 물질문명에 희생되는 왜소한 인간 군상을 그려냈다.
초기 작품에서 현대 문명 속 인간의 불안을 주로 다루던 르 클레지오는 1967년부터 중남미를 비롯해 제3세계를 여행하면서 서양이 아닌 다른 문명으로 눈을 돌린다. 시원始原의 자연 속에서 훼손되지 않은 인간 본원의 감성을 발견하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상적 변모는 작품 세계의 변화로 이어지며,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대상 수상작 [사막]을 비롯해 특유의 시적 서정성을 바탕 삼아 [성스러운 세 도시] [황금 물고기] [하늘빛 사람들] 등의 작품을 집필했다. 문학으로서 세계 여러 문명의 소통과 공존을 모색하고자 하는 르 클레지오의 주요 작품으로는 [우연] [타오르는 마음] [아프리카인] [허기의 간주곡] [라가-보이지 않는 대륙에 가까이 다가가기] 등이 있다. 2009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훈했다.
목차
수록 단편

발 이야기
바르사, 아니면 죽음을
야마 나무
L. E. L., 마지막 날들
우리 거미들의 삶
비밀스러운 사랑
행복

아무도 아닌
조금은 교훈적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