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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철학

이현우 지음책세상

436p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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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문학과 철학 혹은 문학 대 철학
철학은 문학 속에 어떤 모습으로 들어오는가
문학은 철학을 어떻게 자기화하는가

로쟈와 함께 세계 문학사의 걸작들을 읽으며 철학을 사유하다

문학 속으로 들어온 이상 철학은 문학의 텃세를 감수해야 합니다. 문학과 철학의 동거는 사이좋은 동거만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를 의식해야 하고 연기해야 하며 때로는 성격도 버려야 합니다. 이런 문제가 ‘문학 속의 철학’에서 우리가 새롭게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말’ 중에서)

전공인 러시아 문학을 비롯해 세계 문학 깊이 읽기 강의를 꾸준히 열어온 서평가 ‘로쟈’ 이현우. 기존의 문학 작품 해석에서는 간과되곤 했던 세부와 이면에 주목하는 한편, 색다른 시선으로 본질을 꿰뚫으며 참신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그의 강의는 많은 이들의 호응과 공감을 자아냈다. 이 책은 그가 2015년 10~11월에 진행한 ‘문학 속의 철학 읽기’ 강의를 보완해 엮은 것으로, 문학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철학적 주제들을 찾아 논하는 가운데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책은 올해 3월에 작고한 인문학자 박이문의 [문학 속의 철학](1975)에서 제목을 따왔다. 대학 시절에 책으로 철학을 독학하면서 특히 박이문에게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저자는 박이문의 방대한 저작들 중에서도 [문학 속의 철학]을 흥미롭게 읽었다. ‘문학 작품에서 철학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라는 문제에 줄곧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다룬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2014년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 번역본 출간을 계기로, 박이문의 저작에서 다뤄진 문학 작품 15편 중 7편을 선별해 논하는 강의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그 강의를 엮은 이 책은 “문학 작품 속에서 철학적 주제를 찾아 음미해보려는 시도인 동시에, 박이문 선생의 [문학 속의 철학]을 제 방식으로 되읽은 결과”라고 밝힌다. 한편으로 이 책은 “서로 친숙하면서도 마주 보는 관계”인 문학과 철학이 서로 맞서 겨루고 때로는 충돌하고 대립하는데 ‘문학 속의 철학’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색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깊어진 생각을 바탕으로 젊은 날의 독서를 되새기며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장르의 경계 없이 인문적 사유와 철학적 사색을 폭넓게 펼쳤던 인문학자 박이문과 ‘로쟈’ 이현우의 4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주고받은 지적 대화라 할 만하다.

인간의 본성과 윤리, 삶과 죽음, 예술과 성性...
각 시대 작가들이 작품 속에 녹여낸 철학적 화두와 전략, 세계관을 읽는다

고대 그리스의 소포클레스부터 20세기 초반 영국의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에 이르기까지, 일곱 명의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작품 속에 구현한 철학적 화두 그리고 그들이 구사한 기법과 전략을 분석한 결과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는 등장인물들 간의 대립 양상과 그들이 각자 추구하는 윤리적 가치를 면밀히 살펴보고,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에서는 악惡에 대한 성찰과 함께 문화적 상대성과 관용의 정신을 발견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는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과 ‘대화적 소설’ 형식의 문제를 다루고,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물음과 죽음에 임하는 태도를 읽는다.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주인공 스티븐이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되는 여정에서 거론된 모더니즘 미학 및 철학과 예술의 경계를,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는 불교의 깨달음에 도전하는 주인공 싯다르타의 고유한 깨달음, 시간관념을 논한다.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에서는 두 자매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 성性의 문제를 다룬다.

작가의 삶과 창작사, 세계관은 물론이고 작품이 집필되던 당시의 시대 상황, 사상적 배경 등을 두루 살피는 저자는 작가가 무슨 의도로 줄거리를 구성했고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 구도를 설정했는지, 전략상 어떤 기법을 구사했고 그것이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 차근차근 분석해나간다. 그럼으로써 삶과 죽음, 예술과 깨달음, 윤리와 성과 같은 시공을 초월해 여전히 유효한 철학적 주제들을 담고 있는 문학 작품 7편을 입체적이고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더 나아가 생각하고 토론할 여지를 남겨준다. 문학뿐만 아니라 역사, 철학, 예술, 종교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텍스트를 다각적으로 분석해내는 전방위적 읽기를 시도해온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이 책은 문학 작품을 깊게 읽고 문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발전시키는 데 하나의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기존과는 다른 문학 독해의 가능성
―[안티고네]와 [싯다르타]를 읽는 새로운 관점

제가 [안티고네]에서 주목하는 것은, 서로 고집을 꺾지 않고 대립하는 크레온과 안티고네가 둘 다 오만하고, 이 문제를 남자 여자의 문제로 약간 변형시키며, 결국 둘 다 불행을 자초하고 탄식한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애초에 이 작품을 이 둘의 대결 구도로만 분석하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p.65)

[싯다르타]는 고타마의 깨달음을 다시 반복하는 작품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고타마, 석가세존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고타마를 존중하고 존경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와는 다른 길을 간 싯다르타를, 싯다르타의 생애를 다루고 있고 고타마와는 다른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 p.319)

1강에서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를 읽으며 작품의 핵심이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에 있다고 한 헤겔의 주장과 어떻게 다르게 독해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따져본다. 그동안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안티고네의 여동생 이스메네와 약혼자 하이몬의 현실적이고 현명한 태도를 조명하는 한편, 크레온의 포고령에 맞서 오빠 폴뤼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르고자 한 안티고네가 과연 고결한 인품의 소유자이기만 한 건지, 그동안 과대평가되어온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본다. 자신도 장례에 가담했다고 거짓 주장하는 이스메네를 감싸기는커녕 야멸차게 대하는데다 막상 크레온에 의해 지하 동굴에 갇히게 되자 결혼도 못하고 죽게 되었다며 신세를 한탄하는 안티고네의 태도는, 애초에 보여준 당당하고 의연한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티고네를 벌하는 왕 크레온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고집스레 고수하던 입장을 철회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변화하는 입체적인 인물일 뿐 아니라, 뒤늦게 마음을 고쳐먹은 탓에 엄청난 파국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안티고네보다 더 비극의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고 본다. 이로써 저자는 인륜과 국법 또는 개인과 국가의 충돌이라는 헤겔의 시각에서, 권력을 지닌 남자에 맞선 도전이라는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주로 해석되어온 [안티고네]를 읽는, 보다 확장된 시선을 제공한다.

6강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힌두교 혹은 불교 철학을 소설화한 것이라 보는 가장 흔한 오해를 지적하고, 헤세가 좀 더 많은 야심을 갖고 이 소설을 썼다고 평가한다. 부처를 부정하고 넘어서려 한 주인공 싯다르타의 삶을 통해 불교의 가르침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었던 헤세의 고유한 깨달음과 인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동서양 철학과 정신분석학, 니체 철학 등의 영향을 두루 받은데다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줄곧 천착했던 헤세의 작품 세계에서 [싯다르타]가 어떤 위치를 점하는지 가늠해보고, 싯다르타가 세속 세계를 경험하고 빠져나와 깨달음에 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강물의 가르침’, 즉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 독특한 시간관념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살펴본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중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
볼테르에게서 발견하는 관용과 문화 상대주의의 전통

볼테르가 [캉디드]에서 겨냥하고 있는 철학자는 루소가 아니고 라이프니츠입니다. 라이프니츠는 모나드론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것이 함축하는 낙천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합니다. (...) [캉디드]에서는 라이프니츠주의, 라이프니츠 철학을 팡글로스 선생이라는 인물로 대변하게끔 하고 그의 제자인 캉디드의 모험을 통해서 라이프니츠주의를 반증하려고 합니다.
(/ pp.75∼76)

볼테르는 사람들이 유전적인 본성을 잠재적으로는 갖고 있는데 그것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몇몇의 야심가 내지는 최초의 괴물들, 최초의 악인들이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설명하는 게 [캉디드]하고도 연관되는 부분인데, 볼테르적 사고방식의 바탕에 놓여 있는 것은 인류학적 사고입니다. 전 세계에 많은 민족들이 있고, 이들은 각기 다른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그걸 인정한 볼테르는 문화 상대주의적 시각을 지녔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보편주의와 맞서는 상대주의입니다.
(/ pp.84∼85)

2강에서는 18세기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철학 콩트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에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따라가면서 당대의 전제 정치와 종교에 비판적이었던 볼테르의 문제의식을 읽어낸다. 라이프니츠의 낙관론을 신봉하는 스승을 따르던 주인공 캉디드는 전쟁과 대지진, 종교 재판과 화형식으로 점철된 끔찍한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과연 세상은 최선으로 되어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의 가혹한 여정에서는 ‘신이 창조한 이 세계에 악惡 혹은 불행이 왜 존재하고 어떻게 해명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나름의 답을 생물학과 심리학에서, 그리고 종교의 입장에서 각기 어떻게 제시해왔는지를 살펴본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그동안 접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문화를 접하고 충격도 받지만 차츰 받아들이는 캉디드의 모습을 통해서는 ‘다른 곳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문화 상대주의적 태도와 관용의 정신을 발견한다. 나중에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에 의해 학문적으로 체계화된 이런 입장을,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미덕을 일찍이 볼테르가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러시아 문학의 두 거장이 그려낸
‘부조리한 존재’ 인간,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죽음

도스토옙스키의 생각을 요약하면 인간은 어떤 과학적 설명으로도 충분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의식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결정론적인 설명을, 인과적 설명을 벗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는 자기 파괴적인 불가해한 열정과 관계가 있습니다.
(/ p.173)

만약에 이반 일리치의 삶이 그렇게 무의미하고 역겨운 것이었다면 죽음은 그 삶에서 해방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톨스토이는 죽음이 부정적 의미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반 일리치는 자기 삶을 되돌아보면서 이런 발견을 하고 경악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 p.209)

3강과 4강에서는 러시아 문학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의 작품을 다룬다. 실존주의 이전의 실존주의 문학 작품이라 재평가되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는 3강에서는 주인공 지하 생활자의 언행에서 드러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인간관을 살펴본다.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보는 인간관, ‘합리적 에고이즘’의 인간관에 반발하는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이 “과학적 법칙이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비합리적인 면, 부조리한 면을 지닌 존재”, 때로는 “자기 이익에 반하여 행동할 수도 있는 존재”라고 보고, 고통 속에서도 쾌감을 느끼는 이 병리적 인간의 형상을 지하 생활자라는 인물을 통해 구현한다. 주인공 화자가 가상의 타자의 말에 끊임없이 응답하고 논쟁하는,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일정한 기승전결 없이 돌연 끝을 맺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플롯에서 벗어난 파격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어떻게 의식하고 경험하는지, 그리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심리 변화를 겪는지 묘사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다룬 4강에서는 특히 톨스토이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에 주목한다. 이 소설은 [안나 카레니나]를 마무리할 무렵 정신적 위기를 경험한데다 이미 결혼 생활에 큰 회의를 품고 있었던 톨스토이가 강박적으로 삶의 의미를 묻고 죽음의 공포를 의식하던 시기에 집필되었다. 이후 톨스토이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철저히 부정하고 사상가로서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가정과 예술을 모두 부정하던 톨스토이의 과격하고 급진적인 태도가 이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데, 임종에 이르러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반 일리치는 과거의 삶을 전면적으로 부정함으로써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 제임스 조이스의 예술론

4장에서 스티븐이 예술가로서 호명 받고 예술가로서 탄생했다면 5장에서는 스티븐의 예술론이 펼쳐집니다. 조이스가 이 대목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술가의 길, 망명자의 길이기도 한데, 저는 조이스 문학이 실제로도 그렇고 이론적으로 그렇고 망명 문학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의 망명은 조국 아일랜드로부터의 망명이기도 하고 가톨릭으로부터, 윤리적인 속박으로부터의 망명이기도 합니다.
(/ p.248)

5강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으며 주인공 스티븐이 어떻게 해서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무엇을 예술이라 생각했고 창작의 여정에 들어서면서 어떤 결의를 다졌는지 살펴본다. 스티븐이 아일랜드를 떠나 예술가가 되기 위해 프랑스로 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조이스의 실제 경험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스티븐의 예술론은 곧 조이스의 예술론이라 할 수 있다고 본다. 조이스는 애초에 미학 에세이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가 발표를 거절당해 자전소설 [스티븐 히어로]로 고쳐 썼고, 이를 다시금 개작해 [젊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펴냈는데, 이 과정 자체가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으로의 이행을 보여준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스티븐이 펼쳐 보이는 정적이고 반육체적이고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예술관, 예술이 인식적 기능을 가질 수 있고 진리를 체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조이스의 모더니즘 미학을 반영한 것으로, 이후 그 미학을 발전시키고 심화시킨 조이스는 [율리시스] 같은 작품을 탄생시키게 된다.

문명 비판적 관점에서 본 연애와 결혼, 그리고 성의 문제

로렌스가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건강한 성’입니다. 둘이 온전하게 결합될 수 있는 형태의 성관계, 정신과 육체가 잘 조화된 성관계를 예찬합니다. 이런 조화가 과연 가능한지 의문을 품었던 작가가 톨스토이고요. 로렌스는 정신과 육체 내지는 이성과 욕망이 적절하게 조화를,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합니다.
(/ p.358)

[사랑에 빠진 여인들]은 자매의 연애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 커플이 더 있습니다. 버킨과 제럴드 커플인데 남남 커플이에요. 두 남녀 커플에만 주목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간과하기 쉽지만 로렌스가 상당한 비중을 두어서 다루고 있습니다. 만약에 세 커플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남남 커플은 사실 여러 군데서 이야기되고 있음에도 동성애적 관계이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다루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버킨과 제럴드의 관계가 애매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상당히 이상화되어 있어요.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이상적일 수 있는 인간관계의 모델로 나옵니다.
(/ pp.376∼377)

7, 8강에서는 “철학과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다르게 얘기하면 이성적으로 해명하거나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대상인” 성의 문제를 다루면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을 읽는다. 우선 7강에서는 로렌스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내 프리다와의 관계에 주목하여 그가 어떻게 해서 성이라는 주제에 몰두하게 되었는지, 어떤 배경에서 여느 영국 작가와는 다르게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문명 비판을 시도했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로렌스의 또 다른 대표작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통해 새로운 문명에 걸맞은 성 해방이 필요하고 “한 인간이 모든 것을 초월해서 우주와 궁극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통로가 성”이라고 생각한 로렌스의 성애관, 성에 대한 형이상학 혹은 신비주의를 살펴본다.

8강에서는 [사랑에 빠진 여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이 소설이 주인공인 두 자매 어슐라와 구드룬의 서로 다른 연애뿐 아니라 그들과 관계를 맺는 두 남자 버킨과 제럴드의 동성애적 관계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둔다. “이성 간의 사랑 이상의 교감을 향한 혼란스러운 고뇌”가 이 소설에 깊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자매가 1세대 페미니즘 운동의 결실로 등장한 ‘신여성’으로서 기존과는 많이 달라진 연애관과 결혼관을 지니고 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적인 한계를 느낀다는 점을 지적하고, 제럴드가 아버지에 이어 탄광을 경영하면서 시스템이 사람을 대체하는 구조 개혁을 단행하는 과정을 그린 대목에서는 로렌스의 문명 비판적 시선이 드러난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저자소개
이현우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을 운영하면서 인터넷 서평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문학과 인문학을 주제로 활발히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로쟈의 인문학 서재](2009년 한국출판문화상 저술상 수상), [책을 읽을 자유](2010년 한국출판평론상 수상),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애도와 우울증],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로쟈의 세계 문학 다시 읽기], [아주 사적인 독서],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20세기],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1강 윤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2강 악이란 무엇인가 ...볼테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3강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4강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5강 예술이란 무엇인가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6강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7강 성이란 무엇인가 (1)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8강 성이란 무엇인가 (2)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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