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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채주석 지음푸른봄

388p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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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떠나보니 내가 되었다-
꿈꾸던 낭만과 치열한 현실의 설레는 하모니

여행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저자에게 무전여행 책은 새로운 세상을 안내했다.
조금 불편하게 지낸다면 세계를 여행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 것이다.
호기롭게 출발한 여정, 하지만 여행을 책으로 배운 저자에게는 출국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여행을 책으로 배운 나에게는 출국부터 만만치 않았다.
25만 원밖에 하지 않아 좋다고 산 비행기 티켓에는 수화물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공항에서 수화물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돈이 쓰기 싫다는 것.
호주에서 돈을 벌기 전까지 100만 원으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출국 전부터 돈을 쓸 수는 없었다. 곤란해하는 내 표정이 읽혔나 보다. 체크인을 돕던 스튜어디스가 살짝 일러주었다. “7kg까지 기내 동반 가능합니다.”1년간 내 집이 되어줄 배낭은 18kg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11kg을 줄여야 했다.
일단 밑반찬들부터 버렸다.(엄마 미안) 그리고 화장실로 달려가 속옷을 껴입고,
그 위에 반바지, 긴 바지 순으로 겹쳐 입었다.
마지막으로 10월의 한국에서 패딩점퍼까지 걸친 후 다시 체크인을 시도했다.
('글로 배운 히치하이킹' 중에서)

어렵게 도착한 호주에서 처음으로 깨달은 건 10년간 배운 영어로는 버스를 타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현실이었다.
아르바이트는 한국에서 찾는 것이 쉬운 일이었고,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워킹홀리데이의 실체를 경험하며 제도 자체에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숨쉬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한 타국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자,
저자는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들을 발견하며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호주에 온 지 2주가 지났다. 돈을 벌러 간다고 큰소리 떵떵 쳤지만 2주간 돈만 썼다.
주머니에는 다음 주 방값을 낼 돈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화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토록 강렬했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한국에서는 밤낮이 바뀌는 게 싫어 기피했던 편의점조차 형편없는 영어 실력 때문에 지원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가 뭐가 그리도 특별해 남들과 다를 수 있겠는가.
나도 스스로를 실패한 워홀러라 부르는 이들과 다를 게 하나 없었다.
호주에 있는 23만 명의 워홀러 중 그저 그런 한 명일뿐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미국인도 3개월간 일을 구하지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이 땅에서 일을 구하겠는가 하는 자조적인 변명과 함께.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호주에서의 백수생활' 중에서)

낯선 세계에서는 자신의 일에 대한 모든 판단과 결정을 스스로가 해야 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자신에게 돌아왔다.
타인의 관점이나 사회적 통념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생각으로 실행하고 책임을 지는 경험은 그리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반복됐고, 저자는 점점 진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여태껏 고생한 보람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외국이라는 공간적 이점까지 더해져 모든 일의 선택과 책임의 주체가 남의 시선,
사회적 통념이 아닌 온전히 내가 되었다.
외국인과 농담 따먹기를 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한답시고 일 년을 더 쉬게 된다면 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의 기준과는 멀어질 게 틀림없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썼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엄마 미안)
새로운 걸 시작할 뿐 포기한 건 하나도 없다.
('그저 그런 워홀러 유학생으로' 중에서)

노트와 펜 그리고 100만 원을 품고 출발한 여행여행길을 함께한 건,
수많은 실수와 틀어져버린 계획 그리고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

길치가 심해서 한국에서도 쉽게 길을 잃었던 저자는, 국가와 대륙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여행자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실수를 한다.
하지만 계획이 틀어지고 당혹스러운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어렵고 힘든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행이 주는 재미와 지혜로 생각한다. 계획대로는 되지 않았지만, 틀어진 곳에는 또 다른 길이 있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은 저자의 이런 생각을 더 단단하게 넓혀주었다. 부러웠다.
닿을 듯 말 듯 한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이 아닌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그들이.
그리고 행복에 대한 역치는 낮고 삶의 만족도는 높은 그들의 삶이.
여행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은 그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외롭기도 한 특권이지만, 그 덕분에 집단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간접경험하며 생각했다.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 한국에 돌아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기적을 믿는 독일 친구' 중에서)

700일간의 세계여행이 끝나고 남은 건 200만원의 돈, 세계 각지의 친구들
그리고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

호주에서 버스도 제대로 탈 수 없었던 저자는 성공한 워홀러의 생활을 마무리한 후,
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공부한다.
일을 할 때도 워킹과 홀리데이를 철저하게 구분하여 효율을 높였었고,
공부를 할 때도 일은 전혀 하지 않고 학업과 친구들을 사귀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때 만난 친구들이 여행길 내내 세계 각지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호주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던 저자에게 몇 주간 같이 지낸 룸메이트가
캐나다에 있는 자신의 집에 가보라는 말을 툭 건넨다.
저자 역시 그냥 넘기지 않고 다음 여행지를 캐나다로 정한다.
목소리 한번 들어본 적 없었던 친구 부모님과의 만남. 어색할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그 집의 또 다른 아들이 되어 캐나다 현지인과 같은 생활을 해본다.

호주에서 두꺼운 낯 하나는 확실히 얻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나에게도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넙죽 제안을 받아들일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았다.
아무리 남는 방에서 지내는 거라지만 남의 집에서 공짜로 살며 삼시세끼 밥까지 얻어먹었다간 체하고 말 것이다.
방값은 아니더라도 죄책감을 덜기 위해 밥값이라도 내고 싶었다.
하지만 월리는 나같이 아직 교육이 필요한 어린 성인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월리는 힘주어 이야기했다.
“우리와 함께 살며 밥값과 방값을 아낄 수 있으니 공부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말아라
그렇다고 영어공부가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이곳에 있는 동안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학원은 딱히 할 게 없을 때나 가라는 것이다.
이게 3개월간 무료로 숙식을 제공받는 대가로 내가 지켜야 할 유일한 ‘규칙’이었다.
규칙을 지키는 데 있어서 집이 멀어 불편하다면 자전거를 써도 되고, 스투언의 차를 가지고 나가도 된다고 했다.
또 집이 멀다고 모임에 빠지지 말고, 술을 마시고 늦을 것 같으면 직접 데리러 와주겠다고 까지 했다.

캐나다 생활을 마무리한 후,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캐나다와 구분이 가지 않았던 미국 시애틀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도 다른 나라 같다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색다른 경험들 그리고 미국을 종단하는 버스로 미국을 건너는 여행까지. 이는 부유한 나라의 이미지가 강했던 미국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된 여행이 된다.

그리고 시작된 남미 여행.
모든 여행지 중 최고의 나라로 꼽는 콜롬비아는 남미의 매력을 더해준다.
남미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저자는 남미의 여러 나라 여행기를 들려주며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걸 빼앗겨도 목숨만 건져서 한국에 돌아간다면 성공이리라 생각했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봤자 내가 잃을 것이라고는 4년 된 핸드폰과 호주에서 중고로 산 10만 원짜리 노트북, 카메라가 전부였으니.
남미에서 이번 여행의 끝을 보겠다고 각오했다. 100만 원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이지 않은가.
호주, 캐나다, 미국을 여행한 경험만으로도 ‘투자금’ 대비 훌륭한 결과였다.
여행을 하며 가장 좋았던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콜롬비아라고 대답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물가도 싸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마리나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주의자인 마리나는 현실주의자인 내게 형이상학적인 사고를 주입해 주었고,
더욱 무모하게 여행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남미: 친근한 듯, 위험한 듯' 중에서)

저자의 여행에는 그 중심에 반드시 사람이 있다.
낯선 사람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주저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다.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나라의 여행이 시작되고, 친구가 되어 여행이 마무리 된다.
그림 같은 풍경이 있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미에서 히피들과의 만남이 있었다면,
프랑스에서는 펑크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네토는 그 뒤뜰에서 만난 펑크다. 그는 히피가 Peace & Love를 외치며 평화주의를 지향하지만
펑크는 불공정, 불공평에 맞서 싸운다고 내게 알려주었다.
물론 난 히피도, 펑크도 아닌 뜨내기 여행객일 뿐이지만 히피들과 어울린 ‘경력’ 덕분에 그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네토는 자신의 직업을 버스커라 소개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길가에 앉아 수다를 떨며 시간을 죽이고, 기분 내킬 때만 노래를 불렀지만.
그는 성의 뒤뜰을 벗어나 버스킹을 하러 갈 때면 항상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꼭 개들과 함께했다.
개들이 험악하게 생긴 자신의 외모를 상쇄시켜
운전자에게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아티스트처럼 보이게 만들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함께한다면 조금 더 매력적인 히치하이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타를 등에 멘 펑크와 개, 그리고 이역만리 한국에서 온 여행객까지.
('유럽: 지난 시간이 선물해준 여행' 중에서)

남미에서 끝날 줄 알았던 여행은 유럽까지 이어진다. 유럽을 구석구석 다니고 나서도, 경비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는 세게 여행의 마지막 나라로 정글과도 같았던 인도에 입성한다.
만약 뉴델리 여행을 계획한다면 굳이 지도를 챙길 필요 없다. 어차피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뉴델리는 도시 전체가 촘촘히 엮인 거미줄 같기도 하고,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기도 하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 질서 없는 길을 사람과 차는 물론이고 소와 양 같은 가축도 함께 공유한다.
종이 지도에 의존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실로 불가능에 가깝다.
‘빠아아아앙!!’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인도에서 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인도에서 경적은 경고나 주의를 뜻하지 않는다. 이유와 장소를 불문하고 그냥 울려댄다.
그들은 경적의 성능을 자랑하듯 한번 손을 댔다 하면 좀처럼 떼지 않는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불법 유턴을 하거나 역주행을 할 때면 더 크게 울려대고.
(……)“지하철역이 어디야?” “내가 데려다줄게. 이 근처야.” “내가 똑같은 말을 믿고 여행사만 네 군데를 다녀왔어. 그냥 방향만 말해줄 수 있어?”또 속았다.
그가 안내해준 길의 끝에는 문을 활짝 연 여행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날 저녁 뉴델리를 떠났다. 아니, 뉴델리에서 도망쳐 나왔다.
계속 뉴델리에 있다가는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여행사를 다섯 곳이나 오가며 확실히 알게 됐다. 인도가 어떤 곳인지.
('아무도 믿지 마라' 중에서)

인도 사람들에게 인도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 물으면 늘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것은 바로 문화의 다양성. 국가에서 인정하는 언어만 18개나 되고, 방언을 포함하면 총 190개가 넘는 언어가 사용된다.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막연히 힌두교 국가라고 생각했던 인도에는
지역에 따라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와 같은 외래종교가 주류를 이루는 곳도 있다. 마치 다른 나라 같았다.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이동하면 히잡을 두르고 얼굴만 내놓은 사람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온몸에 붉은 가사를 두르고 합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중 최고는 단연 라다크다. 라다크는 과거 티베트계의 독립된 왕국이었으나 현재는 인도 정부가 통치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언어와 문화는 물론이고 생김새까지 눈에 띄게 달랐다.
('나를 괴롭히던 인도인이 사라졌다' 중에서)

이방인, 워홀러, 어학연수생 그리고 여행자.
700일간 다양한 신분의 변화를 겪으며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간단했다.
여행을 권하는 것이 아니다.
100세 인생이라고 하는 요즘 시대에 1~2년 정도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에 과감하게 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보다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저자소개
채주석 영어 이름은 채리.
독일에서는 세련된 남자들이 많이 쓰는 이름이라던 첫 룸메이트의 거짓말에 속아
세계여행을 하는 내내 사용하게 됐다.(사실은 필리핀 여자 이름이라고 함)
딱히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해 틈만 나면 어디든 가려고 노력한다.
여행 철학은 철든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인생철학은 나잇값 하지 않는 것이다.
목차
PART 1 미리 알았다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무전여행을?
글로 배운 히치하이킹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호주에서의 백수생활
환상은 환상일 뿐
그 닭고기 공장그 닭고기 공장
2‘완벽한’ 호주 생활
그저 그런 워홀러 유학생으로
PART 2 계획에 없던 준비운동
처음이자 마지막 서핑
모두가 어설펐던 호주
생각해보면 내 인생 최고의 9주
하와이
제주도 같은 하와이
캐나다밴쿠버 섬에 있는 빅토리아
빅토리아에 있는 캐나다 아빠
캐나다 같은 캐나다
굿 바이 빅토리아
PART 3 집을 떠난 지 일 년 만에 비로소 시작된 진짜 여행
미국 - 어긋난 계획, 깨져버린 생각
미국에 간 진짜 이유
미국을 종단하는 38시간짜리 버스
What the San Francisco!
남미-친근한 듯, 위험한 듯
콜롬비아사람들은 콜롬비아가 위험하다고 이야기한다
기적을 믿는 독일 친구
물 한 병 가지고 간 해발고도 4,700m
데이비드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
페루육지속의 섬사막에서의 하룻밤
산꼭대기에 있는 돌무더기
볼리비아
모두 사기꾼들이었다
가이드보다도 더 가이드 같은 포토시의 광부
굿 바이 마리나
아르헨티나아르헨티나 북부, 하루 1달러
아르헨티나에서 꼭 해야 되는 것들
브라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할 수도 있는 나라
유럽 - 지난 시간이 선물해준 여행
영국마약상과의 히치하이킹
스페인
고딩 알렉스
누사 동창회
프랑스
펑크들의 도시
7유로를 아끼기 위한 고난의 행군
100원도 쓰지 않고 파리를 여행하는 법
독일
굿 바이 마리나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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