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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만들기 열풍은 `불안의 징후`
불안사회 / 에른스트 디터 란터만 지음 / 이덕임 옮김 / 책세상 펴냄 / 1만3800원
기사입력 2019.10.18 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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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전염성이 강하다. 부정적일수록 그 속도도 빠르다. 불안한 개인은 불안한 공동체를, 불안한 공동체는 불안한 사회를 만들어 낸다. 때로는 역으로 불안한 사회가 개인을 불안으로 밀어넣는다. 독일의 유명 사회학자 에른스트 디터 란터만의 책 `불안사회`는 현대사회를 향한 일종의 `진단서`다. 사회학자의 날카로운 청진기와 현미경은 사회 곳곳에 숨겨진 질병을 포착한다. 그는 독일에서 2003년부터 연령, 성별, 국적이 다양한 일반인 수천 명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하고, 심리 상태를 파악했다.

`왜 현대인은 불안에 시달리는가.`

저자는 모든 불안의 기저에는 공통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로 `삶의 위태로운 조건`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심리적으로나 그렇다. 현대인에게 안정적 수입의 평생 직장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고, 믿음직스러운 사회적 통합은 더욱 요원하다. 혜택에서 배제된 소수 집단 얘기만은 아니다. 제법 튼튼한 경제적 조건을 갖춘 중산층에게도 불안은 이제 `일상`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문제는 이런 환경이 벌이가 줄어들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안감은 급진주의와 광신주의로, 때로는 배타성으로 연결된다. 선진사회로 통하는 독일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부동산은 `외부인 출입 제한 공동체`, 혹은 `담으로 둘러싸인 주택단지`다. 공동체는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도록 경비가 철저하다. 외국인 혐오의 광신주의는 일상화된 지 오래다. 독일에서 2011년 18건에 불과하던 난민촌 공격 건수는 2015년 1000건으로 증가했다.

"유럽에 만연한 이방인 증오는 실추한 자기 자신감을 반영한 현상"이라는 저자의 일갈은 외국인 혐오증이 그저 단순한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기저에는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독일 나치정권이 유대인을 학살했을 때도, 일본이 대지진의 폐허 속에서 조선인을 학살했을 때도 양국의 공동체는 모두 붕괴된 상황이었다. 불안의 역사는 반복된다.

현대인의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은 피트니스와 채식주의도 저자는 `불안의 징후`로 포착한다. 일상적인 불확실성이 만연해 있는 만큼, 스스로 제어가 가능한 `몸`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건강한 먹거리`와 `아름다운 몸`에 집착하는 것도 사회적 불안감이 만연한 데 따른 결과인 걸까.

진단서는 날카롭지만, `처방전`은 빈약하다는 점은 아쉽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건전한 `시민사회`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로 사회의 급진주의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는 말은 "약 잘 먹고 주기적으로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받지 마세요"와 같은 의사들의 뻔한 처방처럼 느껴진다. 특히 시민사회가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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