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book

  • 신간도서
  • 구분선
  • MK평점
  • 구분선
  • 북 뉴스
  • 구분선
  • 이벤트
  • 구분선
  • My book list
  • 구분선
  • Ranking list
  • 매경출판
  • 구분선
  • 독서클럽
  • 구분선
  • 북다이제스트
북뉴스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박제가 된 천재` 李箱…21세기에도 해독되지 않은 텍스트
내년 이상 탄생 110주년 앞두고 관련 서적 봇물

`날개` 이어쓴 소설집부터
권영민 연구서 `이상 연구`
박상순 해설서 `나는…` 출간

이상은 여전히 `문제적` 상태
지속적으로 해석해야 할 문학
기사입력 2019.10.20 17:00:03  |  최종수정 2019.10.20 21:06:47
보내기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소설 `날개`의 마지막 부분)

내년은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李箱·1910~1937)의 탄생 110주년이다. 그의 시와 소설은 21세기에도 해독되지 않은 텍스트(text)로 일컬어진다. 이상을 `문단의 총아(寵兒)`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던 1936년작 소설 `날개`를 잇거나 다시 쓴, 참신한 소설집이 이상 탄생 110주년을 앞두고 출간됐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재해석하는 6인의 소설가들은 그의 소설에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소설집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문학과지성사)는 `날개`의 21세기적 서브텍스트(subtext)다. 표제작에 언급된 정오의 사이렌은 원작 `날개`의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가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뛰어내릴 듯이 `푸드덕거리던` 당시 들리는 배경음에서 따왔다. 사이렌이 울리던 순간적 시간에 주목한 이승우 소설가는 `나`를 쳐다보는 백화점 옥상의 다른 남자 시선을 빌려 소설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정오의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는 순간, 이제껏 금붕어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만 하던 그 비쩍 마른 사내가 갑자기, 흡사 무슨 지시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옥상 난간으로 훌쩍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새롭게 설정된 남성은 일인칭 화법으로 이렇게 진술하지만 사실 이 남성과 `나`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타자를 타아(他我)로서 진술하려는 모습은 소소한 충격을 준다.

김태용 소설가는 `날개`의 아내를 일인칭으로 설정한다. 룸펜 남편에게 던지는 소설 첫머리의 패러디부터 완벽하다. "여보,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따위는 없소." 천재 타령을 하는 남편을 떠나 아내는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자유를 얻는다. 임현 소설가는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벌어진 `나`의 자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와 유일한 목격자인 노숙인을 등장시켜 추리 단막극의 한 토막을 펼친다. `날개`를 하나의 소품으로 사용하면서도 방(房)의 공동 점유와 오해라는 주제를 빌려 소설을 재해석한 강영숙 소설가, 모의고사 지문에서 소설 `날개`를 발견하고는 `풀자. 풀자. 풀자. 한 문제라도 더 풀자꾸나`라며 재수생의 무의식을 추적한 최제훈 소설가, 서울과 도쿄의 `이상 거리`를 걷는 인물을 통해 무용(無用)한 시간을 보내는 일의 의미성을 탐험하는 박솔뫼 소설가의 작품도 이어진다.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의 `이상 연구`(민음사)는 "여전히 문제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시인 이상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신간이다. 1967년 대학 신입생 시절, 대학천변에서 임종국 편 `이상전집(李箱全集·문성사 발행본)`을 발견한 이후로 52년간 이상을 연구한 저자는 스스로 "오랜 연구 작업의 총결산에 해당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상을 두고 저자는 이렇게 썼다. "그것은 밀실처럼 닫혀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 자체의 지향을 분명히 보여주는 `지도`처럼 존재한다." 스캔들로서의 이상 문학을 바라봐온 독자들에게 이상은 지속적으로 해석돼야 하는 `베일의 문학`이다. 박상순 시인이 옮기고 해설을 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호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해석판 이상 시전집`(민음사)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저자가 시인으로서 모더니즘, 후기인상주의, 큐비즘, 다다,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등 이상 시의 구조적 특징을 `회화적 렌즈`로 들여다본 점이 특징이다. 현대어로 완전히 옷을 갈아입은 시를 전반부에 배치하고 문구 하나에 해설을 달아 이해를 돕는다. "이상이 세상을 떠나기 전, 그 해의 마지막 날 들었다는 음악은 에두아르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이다. 이상의 심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저자의 에필로그 글귀에는 분명한 울림이 있다.

[김유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