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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욕 북디자이너…책이 나를 만들었다
`기억과 기록 사이` 펴낸 이창재

컬럼비아대 출판부서 일하며
지금까지 600여권 디자인
"디자인은 책 세계로 독자 안내"
기사입력 2020.01.22 17: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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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우연히 들은 미술사 수업이 의대생을 꿈꾸던 영문학도의 삶을 바꿨다.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 잰슨의 `서양미술사` 등을 강독하는 수업을 듣고 무언가에 홀린 듯 미술사로 전공을 바꿨고, 실기 수업을 듣고 회화 전공학위까지 받았다.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디자인 석사를 받고 북디자이너가 된 그의 삶을 이끈 건 이처럼 한 권의 책이었다.

뉴욕의 북디자이너 이창재(53)가 쓴 `기억과 기록 사이`(돌베개 펴냄)가 출간됐다. 컬럼비아대학출판부 25년 차 북디자이너인 저자가 읽은 책과 만든 책에 관한 에세이다. 중학교를 마친 뒤 미국 시애틀로 이주한 뒤에도, 모국어를 잃지 않은 이민자의 글에는 책에 대한 동경과 헌사가 가득 담겼다. 롤랑 바르트의 `밝은방`, 김은국의 `순교자` 등 책 이야기와 함께 번역과 글쓰기에 관한 문제와 과제, 한국의 미국의 출판 문화 차이 등도 엿볼 수 있다.

뉴욕으로 보낸 이메일의 답장이 오는 데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42개월 동안 썼다는 이 책에 대해 그는 "제가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 쓴 글을 김서연 편집자와 함께 1년에 걸쳐 출판 가능한 형태로 고치고 다듬어야 하다보니 더 오래 걸렸다"고 사연을 털어놨다.

극적인 궤도 수정을 거쳤지만 그는 디자이너가 된 이유를 "아마도 다른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싱겁게 답했다. 심지어 "책을 만드는 일은 하면 할수록 예전보다는 조금씩 덜 힘이 드는 것 같다. 책이 없는 삶이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학출판부는 오는 6월이면 창립 127년이 되는 유서 깊은 출판사. 대학에 소속된 미국의 다른 모든 대학출판부와는 다르게 2016년까지 123년 동안 대학으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해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중인문서와 학술서와 교재로 쓰일 책을 비슷한 비율로 출간하며 매년 신간 180여 종을 내놓는다.

디자이너로 그는 매년 24~30권, 지금까지 600여 권의 책을 디자인했다. 보람 있는 기억 중 하나는 2000년대 데이비드 매캔 하버드대 교수의 편집으로 한국 시인 34명의 시를 소개한 `한국 현대 시 컬럼비아 앤솔로지`와 브루스 풀턴과 권영민 교수의 책임편집으로 `현대 한국문학 단편 선집`을 만든 것.

출판부에서 처음으로 펴낸 한국 현대문학 단행본인 최윤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도 그의 손끝에서 재탄생했다. 그는 "한국 문학에 대해 말하기란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다만 다양한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이 좀 더 번역되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북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예술을 하기 위한 매개체가 아니라, 책이 지닌 고유한 사유의 세계로 불특정 독자를 안내하는 전문적인 일"이라고 설명한다. 글의 맥락을 시각화해내는 일종의 번역과 같은 작업이라는 뜻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간결하고 단정하게 만들어진 북디자인을 선호한다. 좋은 북디자인이란 잠재 독자가 책을 손에 집어들고 읽어보고 싶어하게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만, 딱 거기까지"라면서 "북디자인이 책이 담고 있는 콘텐츠 이상으로 자기 미학이나 유행을 따르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책에는 27권의 읽은 책과 9권의 만든 책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글을 쓰면서 제 삶을 돌아보고 책을 통해 삶의 저 나름 의미를 부여 해보려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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